빙하미술관 개관전 <1.5℃ – Trouvaille>는 예술로 마주한 임계점 그리고 발견의 순간이라는 메시지를 통해 지구 온난화라는 동시대의 현실을 예술의 시선으로 새롭게 조명하며, 지속가능한 미래를 함께 모색하는 발견의 장을 마련하고자 한다. 예술은 때로는 무뎌진 감각의 일깨우고, 때로는 말 없는 사유의 시작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전시 제목의 ‘1.5℃’는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에서 국제사회와 과학계가 설정한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의 임계치로, 이는 단순한 온도의 문제가 아닌 우리가 살아온 세계의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할 수 있음을 경고하는 상징적 수치다. 여기에 더해진 ‘Trouvaille’는 ‘뜻밖의 행운’, ‘우연히 발견한 귀중한 것’을 뜻하며, 예술을 통해 우리가 마주하게 되는 발견의 순간들을 의미한다. 이러한 발견은 기후 변화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는 동시에 우리가 잊고 지냈던 자연의 상실과 공존의 가능성에 대한 제안이기도 하다.
이번 전시 <1.5℃ – Trouvaille>는 기후, 자연, 환경 등을 주제로 삼아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치는 구지은, 김용원, 이샛별, 정석우, 황해연, STUDIO1750(김영현, 손진희)이 참여한다. 회화, 설치, 영상 등 다양한 장르로 구성되며 1·2전시실, 예술마당, 캔버스 로드 등 총 8개의 공간에서 만나볼 수 있다.
구지은 기후변화와 도시화로 변화하는 생태환경 속에서 ‘집’을 매개로 도시환경과 서식지가 밀접한 보호종에 집중하여 미래세대를 위한 장소적 환경을 연구한다. <뉴제비타운>시리즈와 <회전하는 공동의 숲>은 인간과 제비가 공유하는 집과 생존에 대한
안정성과 보호감에 대한 유전적 기억을 토대로 세대를 걸친 공생관계에 주목하여 인간-비인간(human-nonhuman)의 상호작용을 생태적 전환의 관점에서 재조명한다. <Membrane Forest>은 기후변화에 따른 해수면 상승, 담수 부족, 수질 오염과 같은 복합적
환경문제에 대응하는 순환 공존형 인공섬을 시각화하였다. 도시 곳곳에 배관 형태로 존재하는 멘브레인 필터와 인공호수에서 서식하는 담수식물 및 보호종 이미지를 파편화하고 꼴라주하여 다양한 종이 혼재된 필터(filter)로 연결된 파노라마 장면을 담아낸다. 이를 통해 자연의 생명성에 기반한 공존 방식에 주목하여 순환적 공생을 이루는 대안적인 인공호수의 풍경과 지속가능한 도시생태계를, 나아가 인공호수 환경 주변으로 에너지 자립 마을로 확장되는 미래 생태계를 표현한다.
김용원 작가는 <이름 없는 풍경(Unknown Landscapes)>으로 빙하의 흐름을 은유적으로 담아낸다. 기후 변화로 인해 녹아내리는 빙하는 고유한 형태와 특성을 잃고 바다로 흘러들어가며 결국 보편적인 존재로 희석된다. 이는 존재의 특별함이 외부 요인으로 인해 사라지고 개별성이 소멸되는 과정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 자연의 상실과 변화를 시각적으로 기록하고자 한다. 더 이상 순수한 자연이라 부를 수 없는 풍경들―기억 저편에 흩어진 조각들―을 다시 모아 ‘풍경’이라는 이름으로 재구성한다. 단순한 기록을 넘어 상실된 자연의 원형을 현대적 맥락 속에서 다시 사유하려는 시도다.
이샛별 작가는 ‘녹색’을 주요 모티프로 인물, 자연, 생태를 교차시키며 오늘날 자연이 어떻게 소비되고 재편되는지를 회화로 탐구한다. 치유와 생태라는 이름 아래 포장된 녹색은 작가에게 자본과 욕망에 의해 변형된 상징이며, 그의 화면 속 초록은 과도하게 밀도 높은 숲, 터질 듯한 불안을 품은 풍경으로 재해석된다. 회화 연작 <휴먼 그린 휴>는 화면을 가득 채운 얼굴과 손, 시선으로 관람자를 마주하지만 타인의 손이 더해져 어긋난 인물은 이질적인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팬데믹으로 촉발된 고립과 접촉 불가능성, 디지털 사회 속 단절의 감각은 ‘새로운 인간상’에 대한 상상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연작은 인간의 경계를 타자, 자연, 디지털 시스템으로 확장하며 다른 삶의 가능성을 질문한다. <레이어스케이프 Layerscape>는 팬데믹 초기 폐쇄된 도시 풍경에서 출발해 삶의 지속성과 전환의 가능성을 탐색한다.
정석우 작가는 자연 현상과 물질의 상호작용을 통해 회화의 새로운 가능성을 모색한다. 대표작 <RGB Column #1–3> 시리즈는 세로 길이 4미터가 넘는 대형 캔버스 작업으로 제작 전 과정이 자연에 노출된 채 이루어진다. 바람, 햇빛, 비, 눈 등 외부 환경은 물감의 물리적 변화를 유도하며 작가는 이 변화를 적극적으로 수용함으로 유화로는 담기 어려운 빛과 색의 다층적 결을 포착한다. 마띠에르(matière) 기법으로 구현된 화면은 자연의 시간성과 생명력을 고스란히 드러내며 회화를 매개로 한 감각적 경험을 유도한다. 이어지는 신작 <물의 씨앗>은 금속과 식물, 나무 등 자연 재료가 어우러진 설치 작업으로 생명 에너지의 순환성과 공존의 가능성을 모색한다. 금속 조각이 땅과 만나고 시간에 따라 변형되며 기록되는 이 장기 프로젝트는 자연과 예술이 교감하며 생성과 소멸, 회복과 희망의 흐름을 담아낸다.
미술과 함께 지질학을 전공한 황해연 작가는 빙하와 화산 같은 지질학적 요소에 상상력을 더해 '지질학적 상상 풍경'을 구축해왔다. 지구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이러한 대상들은 유한하고 불안정한 인간의 삶과 대비되며 작가의 작업 안에서 생성과 소멸의 은유로 기능한다.
특히 ‘빙하’는 황해연에게 있어 다가가고 싶은 이상향이자 다음 생을 위한 쉼터와 같은 존재이다. 작가는 빙하와 빙산의 형태에 대한 오랜 탐구를 이어오며 수집한 이미지와 드로잉을 바탕으로 빙하와 빙산의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다. 이 시리즈는 형태의 해체와 재구성을 통해 관람자에게 상상력을 불러일으키며 생성과 소멸의 흔적을 담은 질감은 나이테, 주름, 균열 등을 연상시킨다. 황해연은 빙하가 더 이상 ‘부재하는 형상들이 있는 풍경’이 아닌 ‘솟아오르는 살아있는 형상들의 풍경’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작업을 이어가고 있다.
마지막으로 STUDIO1750(김영현, 손진희)은 관람객의 상상력과 참여를 유도하는 설치 작업을 선보인다. <내가 사는 밤>은 바다, 우주, 별빛 등을 떠올리며 관객이 전시의 일부를 직접 완성하는 공동 작업의 장을 제안한다. 나아가 자연 현상의 경이로움을 시각화한 <빛의 입자가 가속성을 가질 때>는 강력한 태양 폭풍이 불러온 오로라 현상을 작가만의 시각으로 재해석한 작품이다. 관람객은 투명한 색비닐 사이를 지나며 빛을 몸소 체험하게 되며, “11년 주기의 태양활동이 2025년에 극대기를 맞을 것으로 예측된다. 오로라는 지구에 사는 우리에게 아름다운 우주 쇼가 될까, 아니면 우주 재난의 경고일까?”라는 메시지를 담아낸다.
이처럼 이번 전시 <1.5℃ - Trouvaille>는 자연과 기후 그리고 환경을 자신만의 시각으로 바라보고 표현한 작가들의 작품을 선보인다. 어떤 작품은 우리가 잊고 지낸 아름다움을 떠올리게하고, 또 어떤 작품은 직면해야 할 현실을 조용히 들여다보게 한다. 감상에 머무르지 않고 함께 생각하고 느끼는 시간 속에서 ‘우리는 무엇을 잊고 있었을까?’라는 질문도 함께 건넨다.
전시 제목 Trouvaille처럼, 이 전시가 관람자에게 뜻밖의 발견이 되기를 바란다. 예술로 마주한 임계점에서 우리가 잊고 지냈던 순간들을 기억하고, 머무르고, 쉬어가는 시간이 되길 기대한다.
그 안에서 움튼 마음의 움직임이 작은 변화의 시작이 되기를 !
당신에게 뜻밖의 발견, Trouvaille!
조수현 | 빙하미술관 학예팀장
◎ 전시제목 : <1.5℃ – Trouvaille> : 예술로 마주한 임계점 그리고 발견의 순간
◎ 전시일정 : 2025. 05. 31 (토) - 09. 14 (일)
◎ 전시장소 : 빙하미술관 1·2전시실, 예술마당, 캔버스로드 (원주시 지정면 구재로 66 일대)
◎ 참여작가 : 구지은, 김용원, 이샛별, 정석우, 황해연, STUDIO1750
◎ 주최및주관 : 빙하미술관
◎ 총괄 : 심형금 (빙하미술관장)
◎ 전시기획 : 조수현 (빙하미술관 학예팀장)
◎ 운영안내 : 10:00~18:00 (입장마감 17:00)
◎ 요금안내 : 일반 12,000 / 원주시민 10,000 / 중·고등학생 (14세~18세) 10,000 /
초등학생 (8세~13세) 8,000 / 단체 (20인 이상) 9,000 /
우대 10,000 (만 65세 이상 / 장애인 / 국가 유공자, 군인, 복지카드 소지자)
※ 무료 : 미취학 아동 (3세~7세)
※ 할인 혜택은 현장 발권 시 적용되며 본인확인 (신분증, 복지카드 등)이 필요함.